솔향기에 이끌려 송진으로 가득한 솔방울을 만났다 유년의 추억들이 비늘조각 속 책갈피마냥 켜켜히 들어앉아 사유하는 마음을 눈 뜨게 했다 어제 도서관 뒤뜰에서 주워온 몇 개 솔방울들이 밤새도록 웅얼웅얼대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몇년 째 담장 안에 고요만 키운 외딴 집 빈 서재를 휑하니 왔다 떠나는 바람처럼 무수한 말들이 사라지고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잔해 속 흔적을 찾느라 허우적대던 날들 언 땅에서 뒹굴던 솔방울들이 내 품안에 안기듯 언젠가는 마음 감옥에 갇힌 날것의 사랑 수많은 씨앗을 품은 말들이 출소하길 불멸의 외로움들이 전사하길 몇번이고 다시 죽어서 빛이 되는 저 아득한 아침의 말씀으로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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