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정복' 멀지 않았다…암세포 방어막 뚫는 신약도 개발중

면역관문억제제 항암효과 입증…병용투여 임상도 '속도

신양숙 기자 | 기사입력 2019/01/03 [10:50]

'암정복' 멀지 않았다…암세포 방어막 뚫는 신약도 개발중

면역관문억제제 항암효과 입증…병용투여 임상도 '속도

신양숙 기자 | 입력 : 2019/01/03 [10:50]

 

 

 

 

(시사일보=신양숙 기자)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면 앞이 훤히 보인다. 최근 항암제에도 이런 원리를 이용해 개발된 것이 있다. 암세포를 획기적으로 사멸시키는 주사제로 전세계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평소 암세포를 인지하지 못하는 면역 T세포에 안경을 씌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인체 첨병인 면역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이 커지면서 항암효과가 과거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아울러 완치에 가까운 결과도 나오기 시작해 세계 의료계 주목을 받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중에선 다국적제약사 MSD가 제조·판매하는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가 지난해 6월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가장 많은 양질의 임상데이터를 발표하며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키트루다'는 출시 3년만인 지난해 1~3분기 매출 502000만달러(56000)를 기록하며 면역관문억제 계열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장은 지난해 ASCO 행사가 끝난 직후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면역항암제가 최근 폐암환자 1차 치료제로 쓰일 정도로 발전했다""췌장암과 유방암 치료에도 환자 생존기간을 늘리거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임상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암정복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렸다.

 

키트루다, 화학요법보다 효과 2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은 암세포와 면역세포간 특수한 작용이 확인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평소 암세포는 단백질 'PD-L1'을 분비해 면역 T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PD-L1'T세포 표면에 있는 'PD-1' 수용체와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해 제기능을 잃는다.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T세포의 'PD-1' 수용체에 달라붙어 'PD-L1' 단백질이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T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하고 제대로 공격할 수 있게 한다. 결국 '키트루다'T세포의 앞길을 훤히 밝혀 정확히 암세포에 폭격을 가할 수 있게 만드는 셈이다.

 

'키트루다'는 현재 전체 폐암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주요 적응증으로 두고 있다. 그동안 이들 환자 중 유전자 'EGFR''ALK'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 유일한 1차 치료법은 부작용이 강한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했다. 그러나 부작용이 훨씬 적고 효과가 큰 '키트루다'가 폐암말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1·2차 신약으로서 2014년 탄생한 것이다. 현재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키트루다'의 저력은 임상결과에서 확인된다. '키트루다' 임상3(임상명 KEYNOTE-024) 결과에 따르면 '키트루다' 투여군의 반응률(RR, 암크기가 줄어든 정도)44.8%인 반면 기존 항암화학요법 투여군은 27.8%에 머물렀다. 전체생존기간(OS)도 키트루다군은 30개월로 14.2개월인 항암화학요법군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미국 NCCN은 이 결과를 통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에게 우선 '키트루다' 투여를 권고했다.

 

또 일반적으로 상당수 환자들이 암세포의 완전관해(완치)로 보는 5년 생존율에 근접한 임상결과도 나왔다. 아울러 재발성 혹은 불응성의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KEYNOTE-087)에선 완치 의미에 가까운 완전관해율 27~30%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키트루다는 폐암을 비롯해, 흑색종, 두경부암,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치료에 처방되고 있다. 이밖에도 자궁경부암 등 적응증 확대를 위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암세포 방어벽 허무는 신약도 개발중

 

암정복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 암세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벽을 무너뜨리는 게 또다른 난제다. 면역관문억제제로 효과를 보는 암환자 비율이 전체 중 일부에 머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이 벽을 허물기 위한 신약이 속속 연구개발되고 있다. 현재 임상단계에 있는 단백질 'TGF-β' 억제제가 그것이다.

 

단백질 'TGF-β'는 평소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다가 암세포가 있으면 주변에 신생혈관을 만들어 암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또 암세포 주변을 감싸는 섬유 막을 형성시켜 면역 T세포가 암세포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다. 'TGF-β'는 면역세포의 증식과 분화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릴리와 독일 머크의 제약사업부문 머크 세로노, 국내 바이오벤처 메드팩토는 바로 이 'TGF-β'를 억제시키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3개 기업은 현재 'TGF-β' 억제 신약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메드팩토는 유한양행이 투자한 테라젠이텍스사의 관계사로, 국내 기업들 가운데 가장 먼저 'TGF-β' 억제제 '백토서팁'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발표된 '백토서팁'의 다발성골수종 연구자임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피험자들의 6개월 무진행 생존율(질병이 악화되지 않은채 생존하는 비율)이 무려 100%를 달해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알린 상황이다.

 

'TGF-β' 억제제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메드팩토는 '백토서팁'MSD'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대장암 및 위암·식도암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와 비소세포폐암 병용투여 임상은 같은해 10월 승인을 받아 올초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면역관문억제제 탄생을 기점으로 다양한 신약과의 병용요법 임상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년 내 이들 임상이 끝나는 시점이면 암정복에 성큼 다가서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