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25여 년 사이 25∼34세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경활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와 더불어,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 계층이 일자리 경쟁과 기술 변화의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요국과 견줘서도 하락 폭이 유독 큰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 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하여 청년층이 더욱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제하의 보고서를 보면,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의 큰 폭 하락하였다. 우리나라의 하락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고, 그 속도 또한 가팔랐다. 1995년만 해도 OECD 평균(93.5%)과 비슷했지만, 이후 빠르게 떨어지면서 2024년 기준 OECD 평균(90.6%)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로 심지어 일본(94.6%)보다도 월등 낮은 수준이다. 특히 남성 ‘밀레니얼(Millennia) 세대(81~95년생)’의 경제활동 참여 저하는 30대 후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윤진영 과장, 오영식 조사역, 오삼일 팀장 등이 참여한 보고서(BOK 이슈노트)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청년층 내 경쟁구조 변화, ▷ 산업구조 변화, ▷ 고령화 및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진입 경로 위축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한국은행은 크게 네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첫째,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다. 여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52.4%에서 2025년 77.5%로 25.1%포인트 뛰었다. 2000년 당시 OECD 평균 여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66.8%였고 2024년 기준 76.3%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여성 청년층이 노동시장 참여가 빠르게 늘어났다. 둘째, 제조·건설업 위축으로 초대 졸 이하 남성 인력에 대한 노동 수요가 줄었다. 2025년 초대졸 이하 남성의 노동공급 확률은 2000년에 비해 2.6%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제조업·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초대 졸 이하 남성에 대한 노동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고령층 노동자가 고학력 일자리를 중심으로 늘어나며 청년층 신규 채용을 잠식했다. 고령층 고용률은 2004~2025년 사이 12.3%포인트 상승했다. 상승분은 대부분이 고학력 일자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청년층이 인공지능 도입의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노출됐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최근 4년간 15~29세 청년층 일자리가 25만 5,000개 줄었는데, 이 중 25만 1,000개(98%)가 인공지능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발생했다. 인공지능이 청년층이 주로 맡아온 정형적·반복적 업무를 상대적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탓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산업구조 변화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책 관점에서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필요성이 커진 기술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남성 청년층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기술교육 강화,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 보호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현상은 남성 청년층이 급변하는 인구구조와 기술 환경 속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극명(克明)하게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단기적 청년 지원책에 그치기보다 정규직 고용 보호의 과도한 경직성을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등 노동시장 전방의 구조적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동시에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필요성이 커진 기술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남성 청년층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쉬었음’과 ‘취업 준비’ 증가를 꼽았다. 실제 2003~2025년 25~29세 남성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에 대한 행태별 기여도를 보면 쉬었음과 취업 준비가 각각 4.8%포인트, 4.0%포인트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30~34세(3.7%포인트, 2.0%포인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성별·세대 간 경쟁 심화가 일자리의 제로섬(Zero-sum)적 재분배로 귀결되지 않고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더욱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교육·훈련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요체이자 핵심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역량 강화 교육의 확대,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청년 친화적 창업 생태계 조성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청년층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현실을 고려해, 이들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선제적으로 적극 동참하고 책임 있게 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저작권자 ⓒ 시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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