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년 고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월 15일 발표한 ‘2026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342만 2,000명으로 전년도 3월 356만 9,000명보다 14만 7,000명(4.1%)이나 줄었다. 청년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41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3월 청년층 고용률은 43.6%로 1년 전 3월 44.5%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기업의 수시·경력직 채용 선호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힘들어지면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졌고, 많은 청년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까지 빚어졌다.
무엇보다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 명대를 기록했지만, 청년층 중심의 고용 한파는 지속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6년 3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879만 5,000명으로 1년 전 2,858만 9,000명보다 20만 6,000명(0.7%)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2.7%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하였다. 그러나 청년층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15세에서 29세의 청년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만 7,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해부터 매월 10만 명대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이 장기화하면서 기업들이 고용 비용인 인건비를 줄인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기존 전망치보다 1포인트 하락한 76으로 집계됐다. 해당 지수가 100을 밑도는 것은 기업들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가운데 수입 물가는 치솟았다. 올해 3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69.38로, 전월보다 무려 16.1% 올랐다. 전월 대비 17.8% 올랐던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품목별로는 원유가 88.5%, 나프타는 46.1% 오르며 전체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는 뛰고, 달러 당 원화 가격은 하락한 결과다. 수입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이는 다시 청년 취업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청년 고용 위축은 민간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내수 부진과 성장률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이 확산하면서 기업 조직의 밑단에서 자료 조사, 문서 작성 등을 많이 하는 청년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흔들리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시니어 일자리는 첨단 기술로도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암묵지(暗默知 │ Tacit Knowledge)’로 대접을 받지만, 저연차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전문직·정보기술(IT) 등 AI의 일자리 대체효과가 큰 분야일수록 취업 한파가 매섭다. 문과라서 취업하기 힘들어 죄송하다는 ‘문송’이 한때 회자했는데, 요즘엔 컴퓨터공학과 취업률이 급락하며 ‘컴송’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형국이다. 미국 AI 회사 ‘앤스로픽(Anthropic)’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꼽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딩(Coding) 교육’이 필수라고 난리였는데 이제는 코딩 자체가 필요 없어졌다.
특히 남성 청년층은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더욱더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 남성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하락 추세 평가’ 제하의 보고서를 보면, 25∼34세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나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락세(下落勢)가 가장 크고, 그 속도 또한 가팔랐다. 1995년만 해도 OECD 평균(93.5%)과 비슷했지만, 이후 빠르게 떨어지면서 2024년 기준 OECD 평균(90.6%)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로 심지어 일본(94.6%)보다도 월등 낮은 수준이다. 고학력 여성의 전문직·사무직 일자리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고 제조업·건설업 등에서 중·저숙련 일자리가 줄었으며 AI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고령화에 따라 55~64세 고령층 고용률은 2004~2025년 12.3%포인트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최근 3년간(2022년 7월~2025년 7월) 연령대별 고용 증감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청년층 일자리는 21만 1,000개 감소했고 이 중 20만 8,000개가 인공지능 노출도 상위 50% 업종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챗지피티(ChatGPT) 출시 이후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정보서비스업의 청년 고용이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0만 9,000개가 늘었는데 14만 6,000개가 인공지능 노출이 높은 업종에서 늘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생산라인에 도입되면서 최근 수년간 이 일을 하던 하도급 직원 200여명이 공장을 떠났다. 공정 자동화에 관여한 이 회사 간부 ㅂ씨는 “인공지능을 적용하면서 외관 선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5대당 1명에서 15대당 1명 정도로 줄었다”며 “기판 공정 마지막에 사람이 볼 수밖에 없던 공정에서도 인공지능으로 검출력을 높여서 사람이 보는 횟수를 줄여 인력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AI)전략위원회’는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의 실행 계획을 담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의결했다. 이재명 정부는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라는 인식 아래 ‘인공지능 고속도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질주 속에 시민은 ‘안전(安全) 벨트’ 하나도 착용 없이 변화의 고속도로에 내몰리고 있다. 누군가는 신산업의 흐름에 무사히 올라탔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은 수레바퀴 아래에 놓인 삶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일자리와 창작 생태계, 교육 현장의 균열은 이미 시작됐지만, 이를 떠받칠 제도와 안전망은 좀처럼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뒷 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 남성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25여 년 사이 25∼34세 남성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이를 방증(傍證)한다.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와 더불어, 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 계층이 일자리 경쟁과 기술 변화의 충격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주요국과 견줘서도 하락 폭이 유독 큰 만큼, 정부가 적극 개입해 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하여 청년층이 더욱 수월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 3월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는 28만 명으로 실업률은 7.6%에 달한다. 무려 41개월째 취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60세 이상 노인층의 실업자는 16만 7,000명으로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청년 실업은 단순한 실업률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기에 실업이 길어지면 구직 포기나 장기 미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개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의 인적자본 축적이 지연되고 장기적으로 나라 전체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도 이번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전쟁 추경’에 창업 지원과 직업훈련 등의 ‘청년 뉴딜’ 예산 1조 9,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금 청년 실업은 AI와 산업의 변화, 고령화 충격 등이 얽힌 사회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지극히 바람직하고 옳다.
2022년 말 ‘챗지피티(ChatGPT)’ 출시를 기점으로 일상을 파고든 생성형 인공지능이 ‘조용한 구조조정’을 일으키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굳어지는 가운데 신규 채용을 줄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이 지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발(發) 고용불안은 청년층을 비롯한 노동시장 취약계층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에이아이와 노동의 공존’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1월 500명의 사무·관리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8%가 향후 10년 내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직을 우려했다. 특히 대리급 이하 실무자(36.4%)는 부장급 이상 관리자(25.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불안감을 보였다. 연령별로도 20대(35.2%)가 50대(27.3%)보다 우려가 컸다.
정부는 노동시장을 좀 더 청년 친화적으로 과감히 바꾸고 노동시장의 고질적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역량 강화 교육의 확대,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청년 친화적 창업 생태계 조성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기업은 최고의 사회공헌은 일자리 지속 창출임을 각별 유념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총력 경주해야 한다. 특히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를 줄이고 성과에 연동된 급여체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정년 연장 방안도 청년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고 타개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을 쓰고 제도를 개선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면 기업의 책임과 역할도 맞물려 크다. 청년들에게 적절한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인재 육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최고의 사회공헌이기도 하다는 데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특히 AI 발(發) 구조조정으로 청년들에게 제공돼야 할 ‘숙련 형성의 사다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지금 매섭게 봉착한 청년 취업의 빙하기(氷河期)는 정부와 기업이 모든 역량과 온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비상한 위기 상황임을 각별 유념·명심하고 선제 대응에 적극적·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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